공황장애 극복 후기 – 다시 숨을 쉬게 되기까지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내가 공황장애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지 피곤해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아서 그런 줄 알았어요.
하지만 가슴이 조이고, 식은땀이 나고, 이대로 숨이 멈춰버릴 것 같은 그 공포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습니다.

평소처럼 출근을 하던 아침, 갑자기 지하철 안에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가슴이 뛰고, 손발이 저리고, ‘내가 지금 죽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게 ‘공황발작’이라는 것이라는 걸요.

가장 심했을 때는 정말로 “내 심장이 곧 터질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착용하고 있던 애플워치의 심박수를 봤더니…

78회. 너무나 정상적인 숫자였습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죽는 게 아니구나’, ‘이건 공포가 만들어낸 착각이었구나’ 하고요.
그 뒤로도 발작이 찾아올 때면 심박수를 확인해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습니다.

수치로 확인되는 ‘정상’은 때로 가장 강력한 위안이 됩니다.
애플워치가 아니었다면, 그날 저는 응급실로 갔을지도 모릅니다.

두세 번 이런 일이 반복되고 나서야 정신과를 찾게 됐습니다.
사실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너무 두려웠습니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나만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제 말을 들어주셨고, 아주 차분하게 말씀해주셨어요.

“공황장애는 절대 드문 병이 아닙니다. 그리고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약도 복용했습니다.
불안감이 극심했기 때문에 SSRI 계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함께 처방받았죠.
약을 먹는다는 것이 처음엔 무서웠지만, 꾸준히 복용하면서 삶의 균형이 조금씩 회복되었습니다.

동시에 심리상담도 병행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 증상이 나를 죽게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공황이 찾아올 때, 예전처럼 도망치지 않고 “아, 또 왔구나” 하고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점점 그 빈도도 줄고, 강도도 약해졌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좋아진 건 아닙니다.
시간이 걸렸고, 때로는 다시 뒤로 물러서기도 했어요.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믿었고, 그것이 저를 살렸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지하철도 타고, 친구들과 약속도 잘 잡습니다.
불안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불안을 다루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감정의 ‘폭풍’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폭풍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분명히 햇살이 찾아올 거예요.

혹시 당신도 같은 불안을 안고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병원을 찾는 건 절대 약한 게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아주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저는 공황장애를 겪었고, 지금은 정상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럴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